임신 31주차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그야말로 멘붕 시기다.
아니, 사실 30주차부터 멘붕이 됐는데 만삭 촬영하고 온 당일 사타구니에 응어리 같은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발견했을 때는 이미 병원이 문을 닫은 토요일 오후였고, 그 다음 주는 설 연휴였기 때문에 병원 진료를 받으려면 거의 일주일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내 증상으로 폭풍 검색을 해보니 서경부 탈장과 많이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때부터 걱정 지옥이 시작됐다.
◆서경부 탈장
복강 내 장기가 복벽의 약한 부분 중 서경부(사타구니) 주위를 지나 빠지는 현상.
증상
간혹 사타구니가 부풀어 오르는 증상을 호소하며 대개 힘을 주거나 장시간 서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덩어리가 닿지 않는데 한쪽 사타구니 사이가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경우 의도적으로 변을 보거나 기침을 할 때처럼 배에 힘을 주면 증상이 발생하게 된다.
출처 : 서울대병원 의학정보 서경부 탈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앉거나 누울 때 튀어나온 부분이 들어가고 서 있으면 특히 힘을 주거나 기침을 하면 더 튀어나온다는 거였는데,
저 같은 경우도 누웠을 때는 잘 못 느꼈는데 일어서면 사타구니에 혹처럼 튀어나온 부분이 생기고 위치가 너무 탈장 위치여서 얼마나 심란했는지…
딱 이 부위…(´;ω; ))
탈장의 경우에는 수술할 수밖에 없어 더욱 마음이 흐트러졌다.
폭풍 검색을 통해 서경부 탈장이 소아에게 매우 흔한 질병이며, 특히 남아에서 많이 발견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지 않고 심지어 여자 같은 경우는 더 드물다는데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맘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을 폭풍 검색한 결과 임산부 중에서도 서경부 탈장을 경험한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임신한 상태에서는 어차피 수술을 해도 복압 때문에 다시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응급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보통 출산 후 수술을 권한다고 했다.
서경부 탈장에서도 무사히 임신기간을 보냈고 자연분만까지 마쳤다는 글을 읽으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일주일 동안 흐트러진 마음은 주체할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내 증상을 통해 서경부 탈장을 자가 진단하고 산부인과에 알리기 전에 탈장 전문 병원을 먼저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산부인과에서는 어차피 다른 과 영역이기 때문에 소견서만 작성해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해서… (이건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나중에 알았는데요.)
탈장으로 유명한 두 곳을 찾아놓고 수술을 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해야 할지까지 혼자 고민하다 나름대로의 결정까지 내렸다.
그리고 설이 끝난 뒤 마침내 탈장전문병원을 방문했다.
먼저 찾은 탈장 전문 A병원. 역시 유명한 병원답게 오픈 시간에 맞춰 갔는데 사람이 많았다.
대기시간이 아무리 길게 느껴져도….의사를 만나고 처음에 눈으로 보고 촉진해봤는데 탈장 가능성이 높다면서요?초음파로 자세히 보자고 하셨다.
초음파라도 잠시 보고 기침을 해보라고 하면 결국 탈장이네요. 라과 당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 작은 희망이 사라질 것 같은 순간. 후.
그래도 의사선생님은 워낙 탈장수술을 많이 하셔서 그런지 별거 아닌 듯 쿨하게 출산 후 당일 수술하고 당일 퇴원할 수 있다고… 심각하지 않게 말씀하셔서 그래도 괜찮았다고나 할까. 뭐 조심해야 할 게 있는지, 운동이라도 걷는 것도 괜찮은지 물어보니 똑같이 생활하라고 했다.
그리고 출산 후 언제 수술이 가능한지 물어보니 언제든지 오라고 한다.
그래도 응급상황이 아닌 것에 감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만약을 위해.. 임신 중에 어떻게 지내는 게 좋을지, 그 후 언제 수술하는 게 좋을지 등을 다시 물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아 탈장전문병원의 다른 곳으로 다시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다음으로 찾아간 탈장 전문 B병원. 환부를 한번 보시고 바로 초음파로 확인해주셨다.
근데… 이건 무슨 반전이야?
선생님은 단호하게 “탈장이 아니군요”라고 하셨다.
그리고 초음파로 보이는 울퉁불퉁한 것이 혈관이래… 임신 중에는 자궁에 엄청난 양의 피가 공급되기 때문에 이렇게 혈관이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탈장의 경우 저처럼 혈관이 발달한 경우, 수종의 경우 초음파를 비교하면서 보여주셨다.
뭔가 그렇게 비교해서 설명해주시니 더 믿음이 갔다.
저같은경우 왼쪽 사타구니 튀어나왔는데 임신기간중에 오른쪽도 발달하고 출산하면 다 괜찮아진다고…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뭔가 예상치 못한 진단에 안도감도 있었지만 뭔가 미궁에 빠진 것 같은… 나름 유명한 곳을 방문했는데 같은 초음파를 보고 진단이 다른 것에 대해 의문이 들었기 때문에
어쨌든 탈장이든 아니든 두 병원 모두 결론은 임신 기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없고 출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는 것. 그래서 다른 병원으로 가보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병원 두 곳을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탈장이 아닐 수도 있다는 희망이 다시 생겼으니.
31주 4일 로니의 무게는 1.6kg.저는 +9.7kg.
몸이 점점 무거워져 대중교통 출퇴근이 쉽지 않아졌고 회사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점점 늘어나 +인사이동일에 대충 맞춰 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 32주까지 회사를 나와 이후에는 휴가&휴직을 쓰기로 결정했다.
회사생활 6년, 그리고 휴직이라니 실감이 안 난다.
집에 있으면 심심할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도 않았어 ^^;; 집에 있어도 하루가 빨리 지나가고…
밤부 베베 손수건 빨래도 하고 이것저것 정리도 하고 로니 맞을 준비를 하면서 지내는 중.
+ 농산물 꾸러미 신청도 하고 머리도 잘랐다.
폭풍 같았던 31주차에 비해 비교적 온화한 32주차를 보낸다.
그럼 31~32주차 멘붕 시기에 대한 기록은 여기까지.